quote

보통의 존재 / 이석원




연애란 
이 사람한테 받은 것을 저 사람한테 주는 이어달리기와도 같은 것이이서
전에 사람에게 주지 못한 걸 이번 사람한테 주고 
전에 사람한테 당한 걸 죄없는 이번 사람한테 푸는 이상한 게임이다. 
불공정하고 이치에 안 맞긴 하지만 
이 특이한 이어달리기 경향이 대체로 그렇다.


.
.
.



연애는 학습이다. 
할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니까. 
문제는 배운 것을 써먹게 되는 건 언제나 지금 '이 사람'이 아닌 미래의 '다음 사람'이라는 것이다. 
연애는 그래서 이어달리기이다. 
이어달리기의 규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사람에게 받은 것을 
그 사람에게 다시 돌려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톤은 언제나 상관없는 다음 사람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여기 출발선에 서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난 경주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한다. 
"이봐. 예전에 받았던 바통 같은 건 던져버려. 첫 번째 주자가 되어 보라구."
과연 그는 출발할 수 있을까.



.
.
.



사랑이란 게 또 이렇게 얄궂을 수 있을까. 
내가 너 대신 택했던 사람은 나를 정말이지 참혹하리만치 괴롭혔는데 
넌 나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다니. 
결국 나의 그 사람은 날 힘들게 했고, 
나는 이 애를 힘들게 했으며 
이 애는 그 덕분에 지금 좋아하는 사람과 시작도 못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이어달리기가 아니고 뭔가.

 이어달리기의 증거는 그 밖에도 많았다. 
그 애는 나와 이루어지지 않은 다음 사귀게 된 사람에게 
이유없이 못되게 굴어 죄 없이 착한 사람에게 분풀이를 했다 한다. 
나 또한 나를 괴롭히던 '그 사람'과 헤어진 후 
다른 사람을 사귀면서 그런 결심을 했었다. 
'잘 해줘야지. 얘한테는 자신이 평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정말 행복하게 해줘야지...' 
사랑의 바톤이란 정말이지 
좀처럼 잃어버리거나 어딘가에 처박아두고 다니기가 힘든 것인가보다. 



'qu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라고 생각될 때 / 용혜원  (0) 2012.07.27
조용히 손을 내밀어 / 이정하  (0) 2012.07.20
인생교훈  (0) 2012.06.29
나비 / 정호승  (0) 2012.06.29
폭풍/정호승  (0) 2012.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