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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젊은층 소득 급감, 돌아온 ‘잃어버린 세대’



불황 뒤 35살 미만 가정 대긴축
소비 줄여도 삶 개선되지 않아
젊은층 소득 10년만에 13% 하락

2010년 5월 미국의 한 대학을 졸업한 랜스는 지난해 한해 동안 3번 해고됐다. 고향 플로리다에서 꿈을 좇아 워싱턴까지 왔지만 그는 지금까지 8개월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인턴, 시간제 직원, 상근 임시직 등 가리지 않고 낮밤 일했지만, 베이비붐 세대인 아버지 세대와 달리 결혼도, 출산도, 내집 마련도 꿈꿀 수 없다. 비싼 대학 학비에 허리가 휘도록 공부하고 나니 192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큰 불황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보이스 오브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의 목소리)이라는 블로그에 자신을 ‘불행하고(Unfortunately) 운이 안 따르고(Unlucky), 취직이 안 되는(Unemployment) 수많은 유(U) 세대 중의 한명’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되풀이되는가’라는 칼럼에서 미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최근 낸 보고서를 인용해, 2007년부터 시작된 불황 이후 35살 미만 젊은이들이 다른 어느 세대보다도 뼈아픈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황폐해진 사회에서 방황하던 젊은이들을 일컫는데, 미국에선 특히 1차 세계대전~1929년 대공황 기간에 성년이 된 세대를 가리킨다.

퓨 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세대주가 35살 미만인 가정은 불황이 닥치자 빚 털어내기에 가장 앞장섰다. 2007년 젊은층의 부채 중간값은 2만1912달러였지만, 3년 뒤인 2010년엔 1만5473달러로 29% 줄었다. 같은 시기에 35살 이상 가정은 부채 중간값이 2007년 3만2543달러에서 2010년 3만70달러로 고작 8% 줄어들었다.

특히 신용카드 구매를 대폭 줄였다. 2001년만 해도 젊은층 가운데 50%가 카드빚이 있었고, 2007년에도 이 비율이 48%였지만 2010년엔 39%로 대폭 줄어들었다. 카드빚 액수(중간값 기준)도 2001년엔 2500달러, 2007년엔 2100달러였는데 2010년엔 1700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미국에선 필수품인 자동차 구매도 줄였다. 2001년엔 25살 미만 성인 중 73%가 차가 있었지만 2011년엔 66%로 줄었다. 빚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비율도 감소했다. 2007년엔 35살 미만 성인 중 44%가 대출을 받아 차를 샀지만 2010년엔 이런 경우가 32%였다. 대출 액수도 2007년엔 1만3000달러, 2010년에는 1만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젊은층의 삶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국통계국 조사를 보면 35살 미만의 소득(중간값 기준)은 2001~2011년 지난 10년 동안 13%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35~44살의 소득은 9%, 45~64살은 11% 하락했다. 빚은 줄고 있지만 학자금 대출은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07년엔 35살 미만 가구 중 34%가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했는데, 2010년에는 그 비율이 40%로 늘어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경제적 어려움이 젊은층에게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는 있지만, 이들의 불운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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