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Janacekln - The Mists


Caspar David Friedrich, Chalk Cliffs on Rugen, c. 1818

해가 지날수록 프리드리히가 좋아지니 큰일이다.
어릴 때는 그림 속 잔잔함이 단조롭게 느껴져 다소 따분했다.
딱히 스토리도, 인물도, 격한 감정도 없는 텅 빈 하늘이 대부분인 
그 그림들을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였던 것같다.

프리드리히의 작품은 언제나 신비롭고 미스테리하다.
추리소설을 읽듯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찾아내도록 유도한다. 
광활한 여백은 물음표로 채워져있지만 어디에도 답은 없다.
사는 것도 그랬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불안했고, 답을 찾기위해 계속 질문을 던졌다.
이야기의 소재는 살아가는 도처에 떨어져있으니 채워나가는 건 나 자신이었다.
같은 소재라도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내놓기에 나만의 독특한 결말을 맺으려고 고심했다.
벼랑 끝에 서있는 남자의 뒷모습처럼, 벌어지는 작고 큰 사건들 속에서 
중심을 잃지않기위해 내 자신을 지탱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서서히 보였다. 그의 작품 속 하늘은 잔잔하지 않았다. 
 허무, 고뇌, 고독, 관조같은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들로 가득차있었다. 
그의 그림을 보고있으면 왠지 해답이 나올 것만 같았다.

저 회색빛 하늘이 어떤 날엔 뇌우가 몰아치기 전의 흉조로,
어떤 날엔 태풍이 지나간 발자국으로,
또 어떤 날엔 어둠보다 서늘한 안개로 보였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좋다.
살면서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이 캔버스에 가득 담겨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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