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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y

한국민담 <두꺼비의 보은>

줄거리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소녀가 홀아비 장님 아비를 부양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부엌에 나타난 두꺼비를 불쌍히 여겨 먹을 것을 주며 보살폈다. 그런데 그 마을에 큰 지네가 나타나 사람과 재산에 큰 해를 주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당집을 짓고 해마다 지네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기로 했다. 소녀가 제물로 결정되어 두꺼비와 작별을 하고 당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줄곧 두꺼비가 나타나 지네와 맹렬히 싸웠고, 지네와 두꺼비 모두 죽었다. 소녀는 살아 집으로 돌아왔고, 마을에는 더 이상 지네의 피해는 없었다.




변이


비교적 오랜 기간 많은 지역에서 전승된 이야기라 각편의 수가 많은 편이다. 세세한 이야기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두꺼비가 자신을 보살펴 준 소녀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내용은 공통이다. 지네 대신에 구렁이(뱀)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소녀가 제물이 되는 경위는 자기 차례가 된 경우와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 돈을 받고 제물이 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지네를 퇴치한 두꺼비가 죽고 소녀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지만, 이후 소녀에 대한 보상 부분도 각편에서 차이가 있다. 소녀가 지네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 돌아간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돈이나 좋은 배필을 얻는 이야기도 있다.




분석


이 설화는 인간에게 은혜를 입은 동물의 보은이 중심 사건을 이루고 있다. 다른 동물보은설화와 다른 점은 인신공희(人身供犧)가 주요 모티프가 된다는 것이다. 보은설화에서 잘 드러나는 윤리 의식은 이야기의 인물들에서 구체화된다. 먼저, 자신도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가난한 소녀가 두꺼비를 보살핌으로써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은혜를 베푸는 선행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은혜를 입은 자에게 목숨을 돌보지 않고 보은하는 두꺼비의 의리가 강조되고 있다. 소녀와 두꺼비가 공통적으로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심을 표상한다면, 정반대의 악한 인물은 이기심을 표상하는 지네와 마을 사람들이다. 지네는 강한 힘을 가졌으며 약자들을 괴롭히고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존재로 결국 처벌받는다. 마을 사람들은 집단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해 산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데, 이들은 집단 이기심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소녀는 죽지 않고 살아남기 때문에 보상을 받는다고 할 수 있지만, 두꺼비는 의로운 일을 하고도 죽어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약한 존재에 대한 보살핌, 즉 타인을 위한 이타심은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되지만, 은혜를 갚는 행위는 옳은 일이나 당연한 일로 보상까지 받지는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면 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집단 이기심은 권장할 선한 덕목은 아니지만 지네와 달리 처벌 받지 않는다. 이 같은 윤리의 가치 체계는 이야기를 전승한 집단의 윤리관 내지 가치 체계를 드러낸다. 어느 집단이나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행위는 있었는데, 이 행위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이라 하더라도 정당화되어 온 것이다. 인신공희와 같은 인간 희생제의(human sacrifice)가 대표 사례이다. 이 설화는 지네로 표상되는 존재, 막강한 힘이나 권력 혹은 그것을 소유한 자와 인간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가를 보여 준다. 특히 당집을 지어 제사를 지낸 점을 볼 때,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에 대한 공포심이 종교적 관습을 형성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징


일반적으로 동물보은설화는 수혜자 동물이 은혜를 베푼 시혜자에게 보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다. <흥부전>의 제비, <인불구 유래>의 사슴이나 구렁이, <나무꾼과 선녀>의 사슴처럼 동물들은 인간에게 귀중한 정보나 재화 따위를 제공하여 은혜를 갚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반해 <두꺼비의 보은>에서 두꺼비는 시혜자 인간을 돕기 위해 악한 존재와 싸우고 스스로를 희생한다. 또한 이 설화의 중요한 특징은 인신공희에 있다.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게 약한 인간이 숭배와 복종의 의미로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희는 신화, 전설, 고전소설에서 자주 발견되는 모티프이다. 경외심에서 우러나오는 숭배 행위로 하는 인신공희와 달리 공포와 폭력에 굴해서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인신공희는 차이가 있다. 경외심으로 인신공희하는 전통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소개된, 전 세계에서 행해진 생산과 풍요를 위한 재생제의에서 잘 나타난다. 반면 우리나라의 설화에서는 <두꺼비의 보은> 말고도 <백일홍>이나 <금령사굴 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무기나 뱀과 같은 흉악한 동물에게 강제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일홍>이나 <금령사굴 뱀>에서는 남성 영웅이 출현하여 괴물을 퇴치하고 인신공희의 악습을 없앤다는 점에서 <두꺼비의 보은>과 다르다.






의의


동물을 내세워 인간의 윤리덕목이나 행동규범을 이야기하는 점에서 한국의 동물(보은)설화의 전통을 잇고 있다. 또한 인신공희 모티프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악신에 대한 사유방식과 관계 맺기 양상을 살필 수 있다. 악신 내지 공포의 대상인 지네와 인간과 상부상조하는 두꺼비의 대립 체계로 동물들에 대한 상상력이나 관념을 볼 수 있다. 특히 두꺼비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전통에서 재복신 혹은 가신, 수호신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신화적 동물관을 계승하고 있다.

출처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6-8, 519; 8-14, 572, 한국민간전설집(최상수, 통문관, 1958),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손진태, 을유문화사, 1954), 한국의 민담(임동권, 서문문고, 1972).

참고문헌

동북아시아 와설화의 전승과 의미체계(이종주, 구비문학연구3, 한국구비문학회, 1996), 두꺼비 보은형 민담의 유형분류와 해석(노영근, 비교민속학46, 비교민속학회, 2011), 희생서사의 구조와 인물 연구(오세정, 어문연구116, 한국어문연구회,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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