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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박현정, 『아트, 도쿄』 중에서 일본의 다도란

차를 마시는 문화는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지만 다도는 그저 차라는 음료를 마시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일본이 자랑하는 종합적인 전통문화로 자리 잡았다. 다도란 그것을 즐길 방을 꾸미고, 도구를 준비하며 접대하는 방식과 태도를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자, 여기에 정신적인 요소와 미의식을 부여하여 종교,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다회를 여는 주인은 손님을 청한 뒤 계절과 기후, 그날의 모임에 어울리는 그림이나 서예 작품을 골라 벽에 걸고, 꽃꽂이를 준비하여 차실을 구성한다. 찻잔, 주전자, 가루차를 뜨는 나무 숟가락에 이르기까지 온갖 차 도구들 역시 주최자의 미감과 취향에 맞게 선택, 배치된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차실에 앉기까지 주인과 말을 섞지 않고 모두 도착할 때까지 집 앞의 대기실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는다. 주인이 정갈함을 상징하는 행위로 현관 언저리에 물을 뿌리고 나무로 엮어 만든 중문을 조금 열어두면 준비가 다 되었으니 들어와도 좋다는 표지. 뜰 안으로 접어들면 발을 디딜 징검돌이 길 안내를 하지만 때로는 몇 갈래로 갈라져 있기도 한다. 어느 길로 갈지 당황하지 않도록 주인은 '관문을 지키는 돌(관보석?)'이라는 새끼줄로 묶어놓은 돌멩이를 올려놓는다. 이 돌이 있으면 그쪽으로는 가지 말라는 뜻이다. 다도의 세계는 이렇게 말뿐만 아니라, 도구와 행위를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곤 한다.
결국 다도는 시간과 장소와 사람, 작품이라는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그때그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는 찰나적인 예술 행위, 요즘의 퍼포먼스 - 그것도 작가와 관객이 서로 소통하면서 완성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interactive art - 와도 통할지 모른다. 다도를 설명하는 말 가운데 '일생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의미와 일기일회가 종종 사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간이란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라 다회 역시 아무리 같은 장소에서 열리더라도 그 순간을 한 번밖에 경험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을 다하고 그 순간을 소중히 만끽하는 자세가 차를 마시는 행위를 통해 표현된 것이다.


최재혁, 박현정, 『아트, 도쿄』, p. 13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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